부동산 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은 “매매가 상승 → 전세가 상승”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반대로, 전세가에 밀려서 매매가가 오르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현상은 실제로 시장에서 나타난 적이 있고, 향후에도 반복될 수 있는 패턴입니다.
전세난이 만들어지는 조건
전세가에 의해 매매가가 밀려 올라가는 상황이 벌어지기 위해서는 전세난이 먼저 발생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전세난은 단순히 수요 증가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인 공급 축소에 기인합니다.
1. 매매가 하락
장기간 매매가가 하락하면 투자자들이 시장에 들어오지 않게 됩니다. 가격이 오를 거라는 기대가 없기 때문에 매수보다 매도를 선택하게 되죠.
2. 투자자의 이탈
투자자가 사라지면 민간 전세 공급이 줄어듭니다. 우리나라 전세 공급의 대부분은 개인 투자자들의 '2채째 집'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3. 전세의 월세 전환
매매가가 하락하면 기존 투자자들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이 또한 전세 공급을 감소시키는 요인입니다.
4. 입주 물량 감소
집값 하락은 분양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분양 연기 → 입주물량 축소 → 미래 전세 공급 감소라는 연쇄 반응이 발생합니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느는 구조
반면 수요는 줄지 않습니다. 오히려 늘어납니다.
- 자가 거주자가 손실 회피를 위해 매도 후 임차로 전환
- 집을 살 여력이 없는 수요자들의 지속적인 유입
- 신규 가구 형성(결혼, 독립 등)
이런 구조에서는 필연적으로 전세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전세가가 급등하기 시작합니다.
전세가 상승 → 전세가율 상승 → 매매가 상승?
전세가율이란 전세가 ÷ 매매가 × 100으로 계산되는 비율입니다. 매매가가 하락하고 전세가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전세가율은 상승합니다.
예시:
- 매매가 3억 / 전세가 2.7억 = 전세가율 90%
- 전세가가 매매가에 가까워지면, 사람들은 '차라리 사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때 시장에서는 실제 매매 거래는 거의 없지만, 매물의 호가가 전세가에 영향을 받아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것이 바로 “전세가에 밀려 올라가는 매매가”의 메커니즘입니다.
인기 단지 vs 비인기 단지
전세가율이 높은 상황에서 반응은 아파트의 '인지도'에 따라 다릅니다.
✅ 인기 단지 (대단지, 브랜드, 학군, 역세권)
- 전세가율이 70~75%를 넘으면 실수요자들이 실제 매수로 이어지며 매매가 상승
- 매물도 빠르게 소진
❌ 비인기 단지 (나홀로 아파트, 구축, 재건축 가능성 낮음)
- 실거래는 거의 없음
- 전세가 급등 → 전세가 기준으로 매매 호가 상승만 일어남
- 결국 매매 거래 없이 매매가가 오른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 발생
실제 사례: 매매 거래 없이 매매가 상승
실제로 매매가는 정체되거나 하락 중인데, 전세가가 계속 오르다 보니 매도자들이 전세가를 기준으로 매매 호가를 올리는 일이 벌어집니다.
- 전세가 2.8억 → 2.9억 → 3억 거래
- 매매가는 3억 근처로 형성되며 실거래는 없지만, 매물 호가는 3.1억, 3.2억으로 올라감
이러한 호가 상승이 반복되면 언젠가는 지친 실수요자 한 명이 거래를 성사시킵니다. 그 순간 이 가격이 시장 기준 가격이 되고, 호가가 더 오르게 됩니다.
결론: 시장은 전세로 움직인다
정리하자면, 부동산 시장에서 ‘매매가 상승 = 거래량 증가’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역전세 메커니즘이 존재하며, 이 패턴은 과거에도 여러 번 반복되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도 이런 흐름이 감지된다면, 전세가율, 전세 매물, 입주 물량, 투자자 움직임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해보시기 바랍니다.